소년이 온다
저자 : 한강
출판 : 창비
발행 : 2014. 05. 19.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지난 11월 초 쯤이었다. 10월에 있었던 두바이 박람회와 중간고사, 논문 제출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을 마무리한 후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생겨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신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려 하였다. 학부생 시절 "한국 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한 학기동안 10편이 넘는 국내 단편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거의 3년 만에 한국 문학을 읽은 것 같다. 평소에 논문을 꽤 읽어서 그런지 책을 오랜만에 읽음에도 집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 한 두 챕터씩 읽어 나갔다.
책의 시작은 동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정대, 은숙 등 동호의 주변 인물로 서술의 주체가 변경되는데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나라서 그런지 이 책의 서술 방법이 좀 특이하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매 챕터가 변경되면서 서술의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어떨 때는 멀리서 서술하기도 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서술하기도 하고 전지적으로 서술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1, 2, 3인칭 시점을 모두 사용하며 소설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시점 변경이 글에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매력있게 다가와 매 챕터를 읽으며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를 추리하며 읽게 만들었다. 챕터의 중반정도를 읽으면 대략 화자가 누구인지를 추론할 수 있었는데, 챕터 마지막에 항상 정답을 공개해주어 아쉽기까지도 하였다.
전체 줄거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나중에 알았지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주인공의 스토리를 소설로써 녹여냈다고 한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라 그랬을까,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고 부끄러운 나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페이지를 넘겨갔다. 그러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책 속의 내용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제는 12·3 비상계엄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사건이다. 얼마되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생각이 들었으며 새벽까지 뉴스를 틀어두고 잠에 들지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걱정, 불안, 공포 등의 감정들이 휘몰아치듯이 몰려와 나를 괴롭혔는데, 그 어린 나이에 도청을 지키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차마 나는 알지 못한다.
"한국 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을 적 가장 기억에 나는 작품은 단연 이순원 작가님의 <얼굴>이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에 참여한 계엄군의 입장에서 서술된 소설로 계엄 작전에 참여했던 주인공이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지금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여러 작품들을 봤지만 계엄군의 입장에서 서술된 작품은 처음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군대를 갔다온 입장에서 그 때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친구들이었을 것이기에 "내가 그런 명령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잘못이 있을까"와 같이 정답이 없는 고민을 혼자 했던 기억이 있다. 이들이 모두 <얼굴>의 주인공처럼 본인의 행동을 후회하고 아파해왔기에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는 광주 시민들 뿐만 아니라 계엄 작전에 참여한 일반 병사들을 포함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부분에도 쓰여있고 다큐멘터리나 지식인들의 발언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 때 학살을 일삼던 군인들이 죄책감없이 나와 같은 장소를 살아가고 있다는 상상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상상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더 나은 내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싶다.
이번 소설을 읽으며 우선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작품을 원문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논문을 읽으며 항상 한국어로 쓰였다면 좋았을 것이라 느꼈던 아쉬움을 이 소설을 통해 조금아나마 달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문학 작품을 읽으며 죽어있던 문과 감성을 살려 보았고 확실히 국내 소설이 주는 감성은 요즈음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나 OTT 등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존재했다. 이에 한강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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